우리 부부 사연 들어보실래요? EP.01
매일 술 마시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인 아내가 들려주는 부부 사연
남편의 문제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불통인 이 부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남편은 매일 취해서 들어왔어요. 집을 찾아온 것이 신기할 정도로 인사불성이었죠. 현관문이 부서져라 열어젖히고는 신발도 벗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네요.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저는 어린 시절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듯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의 양말과 신발을 벗기고 거실 가운데에 눕혔어요. 작은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잠들었던 아이는 문을 열고 요란했던 아버지의 귀가를 지켜보고 있었죠.
무미건조한 나의 명령에 아이는 조용히 문을 닫더라구요. 눈물이 차 올랐어요. 울음 섞인 숨소리를 아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큰방으로 향했죠. 눈물로 볼록해진 시야, 다이어리에 남편의 술 먹은 날을 빠짐없이 표시했어요. 눈물이 떨어졌어요. 벌써 1년째 남편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네요.
남편에게 술을 마시는 이유를 아무리 물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됐다고만 했죠.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죽 힘들면 그럴까, 조금 저러다 말겠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1년째 바뀌지 않았고 전 조용히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어요. 표현하지 않는 남편, 가정에는 관심도 없는 남편과는 딱 여기까지만 하자고 결심했죠.
다음 날 남편은 취해 있었지만, 다행히도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귀가한 날이네요. 씻고 나온 남편에게 말했어요.
남편은 식탁 위에 놓여있는 소주를 보고 당황해하더라구요.
“술은 무슨, 당신 술도 못 마시면서. 피곤해, 그냥 자자.”
“난 1년이나 당신 취한 모습을 봐줬잖아. 오늘은 내가 술 마시는 모습 봐줘, 당신이.”
우리는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어요.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죠. 방금까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막상 준비한 말을 해야 할 순간이 오니 심장이 머리끝에서 뛰기 시작하는 거 있죠. 가빠지는 숨에 섞여 설움이 뱃속에서부터 밀려 올라왔어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참으려 몇 번을 삼켰는지. 일그러진 표정 사이로 새어 나오는 울분을 결국 쏟아냈어요.
준비한 많은 말도, 침착해야 한다는 다짐도 모두 소용이 없었어요. 난생처음 남편 앞에서 꺽꺽 울었네요. 한참 어린 남동생이 내가 아끼던 바비인형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랐을 때도 이렇게 울진 않았는데.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어요. 울음이 잦아들 때쯤 남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 결심한 듯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시더라구요.
“1년 전 회사에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었어, 여보. 다행히 난 대상이 아니었는데, 어제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 나가게 생겼잖아. 부당해고이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퇴직금 때문에 노조원들이 모두 회사 앞에서 파업을 시작했지. 처음엔 나도 파업에 동참했었는데, 나랑 같이 일하던 이사님이 나를 조용히 부르더라. 파업 같은 거 그만하고 지금이라도 자기한테 붙으라고. 그럼 인센티브 넉넉히 챙겨주겠다고. 그때 우리 돈, 필요했었잖아. 민호 수술비. 그때 그 돈, 대출받은 거 아니고 파업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돈이야.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 동료 팔아 먹고 받은 돈이라 그런지 술 없이는 하루도 지내기가 힘들었어.”
남편은 한 잔을 더 마시고는 애써 밝은 척 말을 해줬어요.
남편의 아픈 말에 안쓰러우면서도 화가 났어요.
요즘 전 아침 남편을 위해 해장국을 끓입니다. 10년 넘게 다닌 직장에서의 경력은 사라졌지만 새로 시작한 일을 응원하고 있어요. 남편의 아픈 기억이 빨리 지워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주말엔 술상을 차려줍니다. 그래도 좀 아쉬운 건 남편이 조금 더 빨리 이야기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었네요, 남편도 방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에요.
에디터1 “ 부부 사이에도 대화가 중요해요!”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네요. 긴 갈등을 오래 안고 가는 것은 좋지 않아요.
에디터2 “차라리 싸우세요”
그냥 서로 말 안 하고 참는 것보다는 차라리 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싸워야 알거든요.
에디터3 “대화를 해야 알지”
사연 보니 남편이 얼마나 깊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내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 같아요.
에디터4 “배려가 아니라 무시하는 것”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서운할 것 같아요. 아내도 마음이 넓은 것 같아요. 저라면 무시라고 느껴질 것 같아요. 혼자 속앓이하느라 힘드셨을 아내를 위해서라도 다음부터는 아내분과 상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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